크리스마스를 기다리듯 핼러윈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날만큼은 마음껏 괴이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그렇게 굴어도 ‘괜찮은’ 날이라 좋았다. 나처럼 수용을 갈망하는 인간들은 매년 핼러윈마다 이태원에 모였고, 별나면 별날수록 서로를 더 인정해 주었다. 그렇게 10월 마지막 주면 응당 이태원을 찾은 지가 10년쯤 되었다.
매년 핼러윈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어느덧 2023년 핼러윈도 지난 지금, 나는 운이 좋아서 살아있다.
이런 식으로 살아남아진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나는 살아 있기 때문에 올해도 이태원으로 향했다. 난생 처음으로 삶이 거세된 이태원을 봤다. 취재진과 공무원들만 시간을 죽이는 썰렁한 거리가 꼭 다시는 이날 이곳에 오면 안 된다고, 즐거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