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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i-LOG] 기억, 모두, 오늘, 안녕 👋

Created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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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니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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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매달린 주황색 호박 모양 등을 찍은 화면 위에 제목이 적힌 썸네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듯 핼러윈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날만큼은 마음껏 괴이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그렇게 굴어도 ‘괜찮은’ 날이라 좋았다. 나처럼 수용을 갈망하는 인간들은 매년 핼러윈마다 이태원에 모였고, 별나면 별날수록 서로를 더 인정해 주었다. 그렇게 10월 마지막 주면 응당 이태원을 찾은 지가 10년쯤 되었다.
매년 핼러윈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어느덧 2023년 핼러윈도 지난 지금, 나는 운이 좋아서 살아있다. 이런 식으로 살아남아진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나는 살아 있기 때문에 올해도 이태원으로 향했다. 난생 처음으로 삶이 거세된 이태원을 봤다. 취재진과 공무원들만 시간을 죽이는 썰렁한 거리가 꼭 다시는 이날 이곳에 오면 안 된다고, 즐거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내겐 그 냉랭한 고요가 잔인하게 느껴졌다. 덮기엔 쓰리고, 닥치기엔 억울해서 나는 ‘놀았다’. 나의 행복한 2023년 10월 29일처럼, 2022년 10월 29일에 그곳에 있었다는 게, 소중한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게 죽음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아직 추모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황망한 죽음이 나를 간신히 스쳐갈 때마다 혼란스러울 뿐이다. 기억하는 일도 괴롭다. 그럼에도 삶으로 기억을 보전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어렴풋이 믿는 까닭은, ‘그날 밤을 기억하는 모두의 오늘이 안녕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기획/촬영 Team.MOi
편집/글 무니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