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승비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유쾌한 분위기를 텍스트로 잘 표현해내고 싶었는데 느껴질지가 걱정이다. 이 인터뷰에서 ‘재미’가 몇 번 등장하는지 세어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정옥다예-
Q. 안녕하세요! 소개해주세요.
(승비는 왜인지 민망해하며 한참을 웃었다.)
안녕하세요. 승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Q. 더 소개해주세요. 승비는 어떤 수식어로 설명이 가능한가요?
저는 고자극 추구 인간입니다. 재밌는 거 정말 좋아해요.
Q. 수식어가 매우 자극적이네요. 승비한테 재미있는 일이란 뭐예요?
아직 그 지점을 모르겠어요. “재밌는 거 하고 싶다”는 말을 엄청 많이 해요. 그런데도 그 ‘재미’가 뭔지는 확실히 모르겠어요. 요즘 찾아보는 중이에요. 진또배기로 재밌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대부분 단기성 프로젝트를 즐겨요. 지구력이 없는 편이어서 딱 짧게 치고 빠질 수 있는 거요. 일주일 정도를 정말 말도 안 되게 진빠지게 고생해요.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고민하고, 지난날 “가보자고!” 했던 나를 죽도록 후회해요. 그러다가 결과물이 나오면 힘들었던 기억을 싹 까먹어요. 그런 날의 반복이에요. 결과물은 남들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것보다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는지가 더 중요해요.
Q. 그럼에도 장기 프로젝트인 영화를 꾸준히 창작하고 있어요.
사실 영화를 제작하고 싶어서 한다기보다 가까운 지인 중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많아요. 그들이 늘 재밌는 걸 제게 들고 와주고 그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어요. 솔직히 고자극 추구 인간으로서 거절할 수가 없죠.
그리고 제 의견을 전달할 때 영상이란 방법이 가장 편해서 하는 것도 있어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가장 익숙한 방식인 영상을 택하게 돼요.
Q. 최근까지도 다큐멘터리를 제작³했잖아요. 다큐멘터리 영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영화 장르 중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이 제일 재밌어요. 극영화를 어려워해요. 짜임새 있게 계획에 맞춰 촬영을 진행하는 것도 어렵고, 한정된 현장이나 세트 내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어려워요. 저는 ‘날 것’을 좋아해요. 당연히 관객으로 극영화를 볼 때에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스토리에 감탄하지만요. 다큐멘터리 특유의 날 것에 매력을 느껴요.
Q. 승비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늘 소재가 참 좋아요. 선택하는 기준이 있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최근에 준비한 것도 그렇고 항상 제 정체성에 관련한 주제⁴가 많았어요. (헉, 의도한 게 아니었어요?) 막 ‘그 주제를 꼭 다뤄야지!’ 하는 느낌은 아니예요. 한 분야에 관심이 생기면 일상 속에서 그게 가장 먼저 눈에 띄잖아요. 그리고 제가 시야가 좁은 편이라 그때는 그것만 보여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진 느낌이에요. 오히려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굳이 밖으로 풀어내지 않으려는 편이에요.
Q. Team.MOi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될텐데, 연출진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나요?
전달할 때 날 것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거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야기를 다 꺼내서 보여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팀원과 내용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나의 가치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겠죠. 그럼에도 그 이야기를 풀어준 인터뷰이의 의도, 가치의 목적이 뭘까 매번 상기하려고 노력해요.
Q. 내가 보는 승비는 매우 에너제틱한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볼 때마다 끊임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재미, 무엇보다 재미요!
제가 인복이 있어요. 주변사람들한테 먼저 연락하고 다가가고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감사하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요. (승비가 멋진 사람이어서 그래요.) 친구들은 주로 저랑 가치관이 맞거나 재미를 추구하는 포인트가 같아요. 그리고 대부분 창의인재(?)여서 일 벌리는 것을 좋아해요. 그들이 저를 불러내는 거예요. 처음에는 ‘귀찮은데…’라고 생각해요. 근데 또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듣다 보면 너무 재밌어보여요. 안 하면 나중에 섭섭할 것 같은 거예요. 이걸 안 들었으면 몰라요. 저렇게나 재밌는 프로젝트를 한다는 걸 내가 이미 알고 있는데, 같이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 아니여요. 그렇게 시작되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이 재밌는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거절하지 못해서 무언가 계속 사부작거렸어요.
Q. Team.MOi엔 어떤 재미를 느껴서 함께하고 있나요?
아무래도 무니지니의 제안이라는 점이 컸죠. 좋아하는 친구의 제안이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ㅇㅋㅇㅋ’ 했어요. 당시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서 잠깐 발만 담궜다가 도망칠 요량이었어요. (내가 증명하는데 정말이다.) 그런데 첫 회의에서 진행한 PT를 보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무니지니는 같이 일할 때 재미있는 친구예요. 그런 친구가 진심으로 이 프로젝트를 대하고 있다? 당연히 껴야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함께 해야죠. 앞으로도 재밌을 것 같아요.
Q. 재밌을 것 같다니 다행이에요. Team.MOi를 통해서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어요?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엄청 어려울 것 같아서 엄청 재밌을 것 같고 그래서 엄청 무섭기도 해요. 꼭 다뤄보고 싶은 주제예요.
그리고 오랜만에 꾸준하게 정기일정이 생긴 거라서요. 퇴근 후의 여유시간이 바빠졌으면 좋겠어요. (왜요? 요즘 지루해요?) 요즘 인생에 감미료가 없어서 필요한 타이밍이에요.
Q. 동물권 주제를 다루고 싶은 이유는요?
아무래도 오래도록 비건을 지향하고 있어서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특정한 사람의 이야기보다 동물들의 이야기가 가장 궁금해요. (모든 비인간동물을 뜻하나요?) 음, 가축동물들의 이야기가 조금 더 궁금하긴 해요. 그들을 생각하면 ‘도살장’이라는 이미지도 그렇고, 다양한 학대 장면이 떠올라요. 분명 이 이야기를 자극적이지 않게 전달할 방법이 있을텐데 폭력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영영 가질 수 없을 동물의 시선을 어떻게 인간의 언어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이 주제는 혼자 못할 것 같아요. 팀과 함께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본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집부리고 싶은 것이 있나요?
팀원들이 이 프로젝트를 재밌어하면 좋겠어요.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되면 우리가 다룰 주제가 주제인지라 괴로울 것이 분명한데… 그래도 바로 웃음을 되찾을 수 있는 작업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완전히 리더의 마음이네요.) 느엑? 말도 안 됩니다.
콘텐츠로는 인터뷰이의 의견이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윤리적으로 옳은 일이기 때문도 맞아요. 주제가 복잡할수록 인터뷰이가 동의는 하지만 탐탁해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길 것 같아요. 우리에게 그런 지점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있으면 좋겠어요.
Q. 잊지 않을게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어주신 분들께 마지막 인사 남겨주세요.
(승비는 이 질문을 가장 잔혹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녹음본을 첨부하고 싶어질만큼 가장 정성스럽게 대답한 질문이기도 하다.)
팀원들의 인터뷰까지 찾아서 읽고 계시다는 것은 Team.MOi의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에 닿았다는 것일까요~? 우리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당신의 심금을 울렸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시선으로 여러분들의 세상을 넓힐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 혹시 저희가 모를 법한 세상을 알고 계시다면 ‘1588-팀모이’로 연락주세요. 이상으로 승비였습니다~! (아니, 갑자기 말투를 왜 그렇게 느끼하게 하는 거예요?) 재밌잖아요. 재미를 놓치면 안 돼요.
해원: 재밌게 살아 보아요
하림: 재미있는 게 최고지. 암요.
무니지니: 정말 웃기는 자식이야!
효비: 섬세함, 놓치지 말아보아요.
정옥다예: 사랑스럽고 앙큼한 나의 승비
승비: 사랑받는 일 제법 짜릿해요?
취재 정옥다예
글 정옥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