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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사랑으로 창작하는 다능인

바다와 정옥다예. 정옥다예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바다 앞에 서서 눈을 감은 채 미소짓고 있다.
    정옥다예는 희한한 사람이다. 말랑하게 단단하고, 정신없이 꼼꼼하며, 다채롭게 고요하다. 그는 겸손한 청자인 동시에 탁월한 이야기꾼인데, 지금껏 그가 꼬물꼬물 만들어낸 것들도 대강 그렇다. 웃기다가 눈물을 빼버리거나, 엉성한데 매력적이고, 심각한 얘길하면서 귀여운 식이다.
정옥다예와 정옥다예가 만든 것 사이에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아무튼 사랑스럽다는 사실일 것이다. 나는 멋진 창작자인 그와 함께할 수 있음을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그의 사랑스러움이 전해지길 바라며, 그와의 인터뷰를 옮긴다. -무니지니-

Q.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정옥다예입니다. Team.MOi에서는 헛소리를 맡고 있습니다.

Q. 왜 헛소리를 맡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그냥 회의마다 헛소리를 하고 있던데요? 멤버들이 똑똑해서 괜찮습니다!

Q. 알겠습니다. 우선, 본인이 생각하는 정옥다예는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나요?

다능인(multipotentialite)이요. ‘슬래시 접근법’에 따른 다능인. (웃음) 얼마 전 읽은 책¹ 에서 배운 개념인데, 흥미나 관심사가 많고 그걸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에요.
창작자/활동가/여행가/교육자, 이렇게 다양한 정체성을 슬래시로 나열해서 저를 소개할 수 있어요.

Q. ‘창작자’라는 정체성이 인상 깊어요. 다능인답게 연극, 영상, 춤, 그림, 글 등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창작해오셨잖아요? 다예에게 예술이 뭐길래 그런 활동을 해왔는지 궁금해요.

어릴 때 극단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작업에 익숙해요. 연극은 복합예술이잖아요. 글도 써야 하고 연기도 해야 하고 말도 해야 하고, 또 다양한 역할의 사람들과 협력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고요.
저는 제 생각을 있는 그대로 잘 표현하지 못해요. 정리해서 말하는 것 정말 못하고요. 그런데 영상을 만들든 연극을 올리든, 창작활동을 하면 제 생각이 정리돼서 한 작품으로 나오니까 편안해요. 창작은 제 생각을 조리 있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겐 유일한 표현방법이에요. 그래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그때마다 제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요.

Q. 어떤 생각을 널리 알리고 싶은 건가요?

사실 매년 달라져서 해마다 장기 프로젝트를 하나씩 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공통점을 찾자면 대부분 표현하고 싶었던 건 분노였요.
세상에 답답한 일이 너무 많은데 화내는 방법은 잘 모르겠고, 분노에 휩싸여 있다 보면 말이 조리있게 안 나오잖아요. 분노에 의한 변화를 꿈꿀 때 어떻게든 생각의 표출 방식을 찾는 것 같아요. 말하다보니 거창하게 말하는데 그냥 지 답답할 때 하는 겁니다!

Q. 그럼, 분노를 다예의 원동력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음, 계기는 분노가 맞지만 계속 진행하는 건 재미 때문이에요. 막 깔깔 재밌는 게 아니라, 무슨 얘긴지 알죠? 분노하더라도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면 프로젝트를 끝까지 진행하지 못할 거예요.

Q.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그럼 Team.MOi엔 어떤 흥미를 느껴서 함께하고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무니지니에 대한 흥미 때문이었어요. 같이 프로젝트를 길게 진행해본 적이 없거든요. 시작은 그랬지만 첫 모임에서 최근의 사회적 관심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멤버들이 말해준 주제 중에 재미없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관심분야의 결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시선이 모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Q. 그때 다예는 기후위기나 난민처럼 지구적인 관심거리를 내어놓았던 게 기억나요. 여행가이기도 한 만큼, 넓은 세상과 상호작용하면서 배운 것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요. 그중에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

한 번도 정리해본 적 없는데… 러브죠… love… 사랑이 최고지. (웃음) 농담이에요.
그런데 진짜 사랑 같네요. 어쩔 수 없나봐요. 그 생명과 공간을 사랑해보지 않으면 지키려는 노력도 안 했을 거예요. 사랑에 빠지지 않았으면 그들을 걱정할 일도 없었을 거고, 사랑해야 흥미도 생기니까요. 사랑이 맞네요.

Q. 진부하고 어려운 질문을 참을 수 없네요. 사랑이 뭔데요?

(다예는 아주 오래 고민했다.) 우리가 자랄수록 알게 돼서 아파지는 것들이 많잖아요. 모르면 편했을 것들요. 그래서 오히려 아는 게 더 두려울 때가 점점 많아지는데, 사랑은 오히려 모르는 게 두려워지는 그 순간인 것 같아요. 괴로운데도 알려고 하게 되는 거요.

Q. 아프고 괴롭다면서도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 보니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며 사실 것 같아요. 기왕 사랑하는 거, 무엇을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나요?

시야가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어떤 것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넓게 보려고 노력하면서도 옆에 핀 들꽃 같은 사소한 존재에도 눈길이 갈 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Q. 네, 마지막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시고 인사 남겨주세요.

우선 무니지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예전에 거꾸로 무니지니를 인터뷰했을 때² 무니지니가 ‘다예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끝냈거든요.³
그리고 이 프로젝트로 많은 분들이 조금은 속이 시원해지셨으면 해요. 저는 Team.MOi를 통해서 ‘막연히 불편함을 느꼈거나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던 대상의 이야기’를 이미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도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빠이~
¹ [모든 것이 되는 법], 에밀리 와프닉, 웅진지식하우스, 2017.
² 바야흐로 2018년…
³ 사실을 확인해보니, 끝이 아니라 시작에 말했습니다.
승비: L.♡.V.E… THE BEST…
효비: 공기중에 사랑이 가득해서 숨쉬기가 힘드네요.
해원: 라부.가.세상.을.구한다.
하림: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
무니지니: 하여간 지독하게 반짝이는 인간이에요.
정옥다예: 다시 못 읽겠어요(?)
취재 무니지니
무니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