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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4 삼남쑈 1부

Created
202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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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i가 들은 이야기
Tags
EP04
노인
이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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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으 것이여 46년생 정삼남 DIVA가 MOi에게 들려주신 이야기는 2부에 걸쳐 공개됩니다
  나 이렇게 살아왔당께? 눈물 쏙, 배꼽 슝! 삼남의 기억   찾았다, 내 인생! 비로소 삼남다운 삼남의 오늘
뽀글거리는 짧은 파마머리, 깊어진 이마 주름, 촌스러운 이름, 억센 손아귀… 우리는 아주 간단하게 어느 세대를 떠올린다. 그 수많은 주체가 고작 하나의 이미지로만 그려진다니 놀라운 일이다. 대화가 멈추자,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고, 궁금하지 않으니 무시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과 공간과 역사가 궁금했다.
삼남의 화려한 드레스와 진주 목걸이 위로 레트로한 느낌의 “삼남쑈” 타이틀이 적혀 있다.
한 주택가 골목길 안쪽 가장 화려한 외관을 가진 삼남의 집을 찾았다. 대문부터 계단까지 계절감이 잔뜩 드러나는 화분이 가득한,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올 법한 그 시절 하숙집 바이브를 가진 집. 집 밖까지 삼남의 발랄한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삼남은 화려한 비즈로 꽃을 수놓은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우리를 반겼다. 알알이 고운 진주 목걸이와 큼직한 반지도 잊지 않았다. 그 모든 차림새가 과함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의 유쾌한 말투와 서글서글한 얼굴을 더욱 빛나게 해줄 뿐이었다.

그만 낳으라고 그만이?

삼남은 셋째딸이다. 그의 가족은 넷째로 아들을 낳으라는 의미로 아가의 이름을 ‘삼남’이라고 지었다. 아가의 행복을 기원하거나 건강을 바라는 뜻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끝순이, 말순이, 그만이.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아들’을 위한 존재가 된다.
삼남의 상반신 화면. 하단에 “그만 낳으라고 그만이”라는 자막이 적혀있다.
명명(命名)은 그 대상의 사회 속 존재 가치를 의미하기도 한다. 삼남이 소개해 준 이름의 뜻은, 여성이 의미 있는 존재로 여겨지지 않은 그 당시 사회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이름조차 남성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했을 것이다.
삼남의 이어지는 이야기로도 가탈이 많은 여성 노인의 지난 삶을 느낄 수 있다.

못 배운 게 한

“공부는 하고 싶었지. 공부는 하고 싶었는데 옛날에는 여자는 공부를 하면 안 된다고 할아버지가, 모두 그랬었어, 동네에서. 그 (동창) 칠십몇 명 중에 겨우 여자가 3명인가 정도밖에 (상급 학교에) 안 갔어.”
노인 세대의 삶은 급격한 변화의 연속이었다. 전쟁, 산업화, 민주화운동, 금융위기, 팬데믹까지 현대사를 온 생으로 겪은 그들의 한은 늘 ‘배움’이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다는 삼남이 ‘꿈을 꿔보지도 못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쉽고 속상한 마음이 넘치는 것이다.
삼남의 국민학교 졸업 기념 단체 흑백사진. 삼남은 맨 아랫줄 좌측 다섯 번째 아이다. 좌측 하단에 단기로 적힌 날짜가 세월을 체감하게 한다. (단기 4294년은 1961년이다.)
그저 ‘여자는 안 돼’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 하나로 배우지 못하던 그 시절, 위로 하나 받지 못했을 재능 넘치는 소녀 삼남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이미자처럼 근사한 무대에 올라 박수받는 가수가 된 또 다른 삼남의 세상을 상상한다. 분명 전 국민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가끔 질투까지 받는 톱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그가 인터뷰 내내 자신의 사진을 옆에 둔 것만 보아도 그의 스타성을 500% 확신할 수 있다.)

하나도 도움이 없어

“돌아가신 뒤에는 내가 이렇게 행복해. 아쉽고 막 그런 게 없어. 돌아가신 뒤에 수족관에 다육이에 이런 거 항께 너무 행복한 거야. 신랑이란 그 자체를 싹 잊어버린 거지.”
이야기하는 삼남의 상반신 화면. 하단에 “나한텐 빵점이야. (단호)”라는 자막이 적혀있다.
유쾌한 삼남이 미소를 잃고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해 물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추억은 일단 ‘열이 받아부러!’로 시작되었다. 23살 청춘에 중매쟁이를 통해 만난 남편은 삼남을 너무나 고생시켰다.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본 적도, 밥을 먹여본 적도, 병원에 데려가 본 적도 없다며 울분하는 삼남이다.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만난 적 없는 고인을 ‘진짜 빵점이네’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물론 그의 폭력에 갈비뼈가 나갔었다는 말에 ‘열이 받’기도 했지만, 그새 삼남에게 사랑에 빠져 열원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혼자가 되고서 이제야 내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하는 지금의 삼남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의 스타성은 무대에 오르지 않아도 그를 눈부시게 한다.
남편의 빈자리를 근사하게 채워준 ‘다육이와 수족관’에 대한 이야기는 <삼남쑈 2부>에 더 자세히 나올 예정이다. 행우한 삼남을 한껏 볼 수 있을 것이다.
삼남의 이야기를 편집하며 가장 난감했던 것은 웃음소리를 덜어내는 작업이었다. 삼남의 매콤한 농담에 웃음을 참지 못한 멤버들의 웃음을 잘라내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물살이처럼 자유롭고, 다육식물처럼 생기 넘치는 삼남의 토크쇼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 분명 우리처럼 그의 매력에 푹 빠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기대한다.
2부에서는 삼남 할머니의 취향과 오늘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2023년 10월 6일(금) 오후 10시 공개 <삼남쑈 2부> 많관부
기획/취재/촬영 Team.MOi
편집 하림
정옥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