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비의 위로 푸른 심해의 이미지가 투사된다. 오른편에는 커다란 산호가, 왼편에는 산소통을 낀 채 유유히 헤엄치는 사람이, 그 사이에 효비가 있다.
Q. 안녕하세요! 조금 떨리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효비입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Q. 첫 질문이에요. 효비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하긴 하지만 모든 것을 알아채는 것은 아니고, 어떤 사람에게 나는 너무 둔감한 사람일 거 같아요. 어떨 때는 예민한, 둔감하지만 예민한.
Q. 그림, 뜨개질, 글 등 여러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신 걸로 알아요. 어디에서 창작의 영감을 받으시나요?
순서대로 하면 글을 그나마 제일 먼저 쓰기 시작했던 거 같고, 그림이 그 이후였습니다. 그림은 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저희 언니가 그림을 너무 잘그려요. 제 그림을 언니 옆에 놓으면 너무 하찮으니까 그림 그릴 생각을 못 하다가 오히려 성인이 된 후 언니랑 살면서 같이 그림을 그리며 놀았어요. 그때마다 언니가 제 그림을 보면서 “귀여워!” 하면서 북돋음 해줬고 그러다보니 내 나름대로 서툴지만 그리는 게 재밌다 싶었습니다. 뜨개질은 제가 원래 바느질, 자수 같이 손으로 하는 걸 좋아해요. 조그맣던 게 뜨면서 커지는 게 좋고 그걸 또 선물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아요. 요즘 가장 기쁨은 뜨개질입니다. 살다보니. 딱히 막 대단한 영감은 없고 살다보니 하나씩 하게된 거 같습니다.
Q. 본인을 ‘게으른 창작 지망인’이라고 말씀해 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생각할 때 무언가를 활발하게 창작하고 있는 시기가 아니라 게으르다는 말이 양심적으로 들어갔어요. 또 지금까지 제 콘텐츠를 제대로 했다 할 게 없는 거 같아 지망생인 거 같습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나중에 문화기획자도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더 지망인인 거 같아요.
Q. 다재다능하시네요, 기획부터 손으로 창작까지.
그래서 제가 저를 ‘가진 재능이 너무 잡다해서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 인간’이라고 표현한 적 있었는데요. (웃음) 그래도 문화기획이나 예술 계통은 잡다하게 조금씩 할 줄 알아도 그 사람 나름의 쓰임이 있어서 그건 좋은 거 같아요.
Q. 이제 팀모이 이야기로 살짝 넘어가 볼게요. 팀모이에 참여하게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대학 때 무니지니가 앞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쟤 되게 똑똑해 보인다. 쟤랑 같이 일하면 편할 거 같다.‘ 그런 느낌이 왔어요. 그러다 몇 년 시간이 흐르고 무니지니가 인스타그램에 모이 팀원을 구하는 글을 올렸는데, ‘어? 나잖아?’ 싶었어요. 1번은 ‘무니지니와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또 지금 아니면 언제 무언가를 할 수 있겠냐며. 그리고 멤버를 봤는데 멤버들이 너무 똑쟁이들 같아서 ‘좋다. 뭐라도 하겠다. 뭐가 안 돼도 이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게 재밌을 거 같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Q. 그러면 팀모이 활동을 하면서 기대하는 점이나 해보고 싶은 경험이 있나요?
저는 다큐를 되게 좋아해요. 특히 독립 다큐들처럼 살아 움직이는 다큐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찍어보고 싶은 소재는 머리속에 있지만 실행을 못 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모이는 실행력을 갖춘 팀이잖아요. 제가 생각만 했던 게 실현될 수 있겠다 싶어요. 또 저희가 ‘사회적으로 밉상’인, 자기 이야기를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거잖아요. 전에는 인터뷰에 익숙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런 인터뷰이가 아닌 사람들을 인터뷰 할 수 있으니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Q. 효비님이 저희 팀모이 로고를 디자인해 주셨잖아요. 아주 잘빠진 섹시한 그 로고요. 로고를 만들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셨나요?
사실 지금 확정된 로고는 그 모양이 나오기까지 되게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어요. (그쵸) 영상에도 올라갈 건데 뭔가 새끈빠끈 해야 할 거 같고 딱 깔끔하고 명확한 형태였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저도 처음엔 잘 안 되니까 ‘엠...오아이... 엠오아이...’ 이러면서 먼 길을 돌아 오느라 머리가 조금 아팠습니다. 애들이 귀여워서 좋다고 했지만 저는 귀여운 로고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귀여운 게 아니고 멋있고 싶단 말이야! 시안을 올리면 애들이 다 “귀여워요”, “좋아요~” 이래서 어려웠습니다. 조금 더 날카롭게 피드백 해 달라고 인간들아!
Q. 지금 로고는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 거 같아요. 엄청 개성 있지는 않지만 색깔에 아이덴티티를 많이 담았어요. 또 활용도가 아무래도 높고, 영상에 올리기에도 괜찮고. 깔끔하고 좋은 거 같아요.
Q. 팀 색상인 주황색에 아이덴티티를 담은 것은 효비님 아이디어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번뜩 그런 생각이 드셨나요?
언젠가 한번 색채에 관련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요. 수업 내용에 보라색, 주황색이 이방인, 주변인, 이런 스테레오 타입이 아닌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색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확 인식이 됐어요. 그러다보니 주홍글씨라는 말도 생각이 났습니다. 주홍글씨 같은 붉은 계열이 모나게 낙인찍힌 사람들에게 부여되던 정체성과 맥을 같이 하는 색인 거 같았어요. 그래서 ‘강렬하고 모토와 멋진 해몽을 곁들일 수 있는 색은 주황이지 않을까?’ 하고 툭 아이디어를 던졌는데, 애들이 주홍글씨 말에 뻑 가서 그걸 선택하더라고요. (저희와 너무 잘 어울리는 색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좋은 거 같습니다.
Q. '내가 가지고 있는 주홍 글씨는 뭘까?' 라는 질문에 ‘일상 생활불가능한 프로 불편러’라는 주홍 글씨를 가지고 계시다고 표현해 주셨던 게 기억나요. 그럼 최근에는 무엇이 효비를 불편하게 했나요?
약국에서 일을 하는데 지시를 할 때 “ㅇㅇ야, 가져다 줄래?”가 아니라 딱딱 손을 치면서 손가락질을 해요. 그게 너무 짜증이 나서 저도 꼭 기분 나쁜 티를 내요. 그러면서도 저도 가끔씩 아차차 싶어요. 이런 걸 속으로만 기분 나빠할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는 왜 없는 걸까.
지금은 만나는 그룹이 큰 공동체에 속하지 않아 그 정도인데 옛날에는 제가 학교에서 손들고 교수에게 항의하는 역할을했어요. 근데 꼭 문제제기를 하면 받은 사람은 기분 나쁘게 생각하고 저를 안 좋게 봐요. 항상 그랬어요. 문제제기를 하면 불편한 존재가 돼요. 다른 사람들이 ‘멋있다.’, ‘속이 시원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내가 총대 멘 사람처럼 되니 그것도 조금 부담스럽고. 그러면서 또 다시 문제제기를 하고. 그런 게 힘들어서 그 학교도 그만뒀거든요. 아마 거기 남아 있던 사람들은 저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을 거 같아요. ’불편함을 못 견뎌 학교도 그만 둔 일상생활 불가능한 프로불편러’. 저도 그때는 저를 그렇게 생각했어요 (웃음)
Q. 그럼 지금의 효비는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은 문제를 느껴도 많이 참고 있는 거 같아요. 조금 슬픈 게 전에는 조금 더 용기있게 문제제기를 하고 했다면, 그게 데미지가 쌓이니까 나도 좀 망설이는 사람이 되더라고요. 그러고 이제 문제제기를 할 커다란 공동체도 없고요. 살다보니 저도 문제제기를 좀 덜해도 되는 환경을 찾아 여기에 오게 된 거 같아요.
Q. 팀 모이를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거잖아요. 그러면 다시 또 다 같이 함께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게 될 거 같아요.
그렇죠. 하지만 또 그때는 혼자가 아니겠죠. 혼자 손들면 진짜 부담스럽잖아요. 다른 사람들 같이 해주면 그때서야 ‘아,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구나.’ 싶고. 그게 너무 싫었어요. 아무도 손 들지 않는데 혼자 먼저 손 드는 게 남들 눈에는 용기있다고 보이지만 저는 정말 부들부들 떨면서 하는 건데. (하지만 팀 모이와 함께라면 같이 손을 들 수 있겠네요.) 그쵸. 저보다 먼저 들 애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내가 ‘뭐라고 말하지?’ 하면서 문장 정리하고 있을 때 이미 손이 올라가 있을 애들. “그건 아니죠!” 할 애들이에요.
Q. 마지막으로 팀 모이의 콘텐츠를 봐 주실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얘네는 거창하게 말해 놓고 ‘이것밖에 못해?’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이 들면 직접 한번 만들어 보세요. 저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걸 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런 활동을 많이 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인 거 같아요. 보고 ‘이거밖에 못 만들어?’ 라든지 혹은 ‘되게 잘만들었다. 나도 해 보고 싶다.’ 라든지 그런 생각나는 게 많았으면 좋겠어요. 악플보다 심한 게 무플이라고 악플이라도 달고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의 생각에 돌을 퐁~ 던졌으면 좋겠습니다.
무니지니: 명실상부 MOi의 브레인.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인간.
승비: 손 같이 들어요
하림: 모이는 좋겠다
효비가 있어서
정옥다예: 퐁 던진 돌에 점점 퍼져가는 물결
해원: 이것저것 할 수 있는 힘이 멋져
희림: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편집이 다 해따~
취재 하림
글 하림